[NDS] 파이널 판타지3 (Final Fantasy III) 게임 감상

제목 : 파이널 판타지3 (Final Fantasy III)
제작 : 스퀘어 에닉스
장르 : RPG

처음으로 가졌던 게임기는 현대 슈퍼컴보이라 불리는 패미컴의 후속 기종인 슈퍼패미컴이였는데 나는 패미컴을 거치지 않고 바로 16비트 게임기로 넘어온 바. 패미컴은 친구네 놀러가서 꽤나 자주 즐길 수 있었지만 집이 아닌지라 잠깐잠깐 즐길 수 있는 친구랑 함께 즐길수 있는 열혈경파 시리즈를 비롯해서 액션 게임이 주가 될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패미컴으로 등장한 파이널 판타지나 드래곤 퀘스트의 초기 작품은 즐길 기회가 닿질 않았다.

그 후로 처음 접한 파이널 판타지는 내가 아니라 같이 살던 나이차가 많이 나던 사촌형과 누나가 하던 파이널 판타지4를 어깨 너머로 구경했던 기억이 난다. 5 부터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내가 직접 상당히 재미있게 즐겼던 기억이 있고, 그때부터 좋아하는 장르를 물으면 RPG라고 대답했었다. (지금은 잡탕에 가깝지만)

하고 싶은 말은 난 파이널 판타지3 를 패미컴 버젼이 아니라 무려 3D 로 리메이크 된 NDS용을 처음 접했다는 사실이다. 요새는 많이 사그러졌지만 예전부터 2D, 그 중에서도 도트 노가다의 영혼을 사랑하는 나로선 리메이크라고 3D로 해놓은 것이 마치 남편 집안일 다 시키는 며느리 보는 시어머니마냥 영 탐탁치 않은 감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기술이 발전하고 3D를 껄끄러워하던 것도 많이 없어지고 시대에 흐름에 순응해가기 시작하니 NDS로도 이 정도 그래픽을 뽑아내는 것이 참 귀여워보였다. 파이널 판타지 최신작은 안 해봤더라도, 리메이크더라도 걸작 시리즈의 초기 작품을 안해봤다는 건 왠지 모를 찝찝함이 있었다는 둥 헛소리를 하며 게임을 시작.

오프닝은 CG로 무장하여 나름 모험심을 자극하는 구성으로 사실 NDS엔 좀 과분한 감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훌륭한 고퀄리티를 보여주면서 나의 기대감을 고조시키는 데 한몫을 두둑히 했다.

게임 자체는 특별한 것 없이 파이널 판타지의 얼굴 마담인 크리스탈, 초코보, 비공정, 모그리 등이 어김없이 등장하며 이후 시리즈에도 영향을 미친 잡 체인지가 등장하는 것을 제외하면 상당히 평이한 수준의 RPG로 스토리부터 시작해서 이렇다 할 부분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조금 유감으로 느껴진다.

저 하얗고 귀여운 녀석이 모그리다. 쿠포쿠포~★

굳히 차이점을 꼽아보자면 Wi-fi를 이용한 모그리의 편지 시스템이 생겨서 패미컴 때 기본 직업으로 나오던 양파검사를 편지 보내기를 이용해서 얻는 퀘스트가 생겼다는 점과(하지만 내용이 워낙 부실해서 NPC와 보내는 편지는 재미가 별로 없다.)

3D 로 변화하면서는 L 키를 이용한 줌 인을 넣은 것으로 마을이나 던전에서 줌 인을 하면 평소에 멀리선 보이지 않던 부분을 찾아낼 수 있다. 반짝이는 부분, 벽 사이에 숨겨진 통로 등 이곳 저곳 숨겨져 있으니 사실 RPG의 재미는 이런 사소한 것일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재미있다기보단 왠지 이 곳에 뭐 숨겨져 있을까 하고 줌 인하는 것도 귀찮았고 그냥 A버튼을 연타하면서 다니는 게 더 편리했다.

그래픽은 이 정도면 성공적인 편이라고 해도 좋을만큼 귀엽고 깔끔한 편이다. 캐릭터들의 표정도 그럭저럭 이런 표정이구나 느낄 수 있고 뭣보다 파판의 간판이기도 한 직업 시스템이 그랬듯 직업에 따라 변하는 귀여운 외관도 잘 살려놔서 보는 재미도 적지 않다.

잡 체인지에 대해서 더 얘기해보자면 크리스탈을 얻어감에 따라서 기본 직업인 스핑에서 전사, 백마도사, 흑마도사, 몽크 등 이름만 들어도 기본직업 티 팍팍 나는 애들부터 용기사, 마검사, 환술사, 풍수사 그리고 닌자, 현자, 도사, 마인 등 다양한 직업들을 체인지해가면서 레벨과는 다르게 직업 숙련도를 쌓을수록 그 직업의 특징이 강화되는 것으로 전투를 더욱 수월하게 이끌어 갈 수 있다.

...는 취지인데 처음 잡 체인지를 접한 이가 수많은 직업들의 특징이나 숙련도를 쌓아감에 따라서 뭐가 달라지고 뭐가 좋아지는지에 대한 설명이 게임 내에서나 메뉴얼에선 거의 제공되지 않는다. 지금이야 인터넷 시대니 조금만 뒤지면 정보는 쏟아져나오지만 그런 것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진행하자면 상당히 괴롭고도 무의미한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이 직업을 하면서 숙련도를 쌓은 스텟이나 메리트는 바꾸면 계승되지 않겠지? 하지만 숙련도가 99가 되면 계승이 되기도 할까? 설마하니 말짱 도루묵일까? 하는 등등의 의문을 가지고 혼자서 실험을 해봐야 한다. 이건 자유로운 진행따위완 무관한 상당히 번거롭고 귀찮은 진행이였다.

전투는 아직 파판 특유의 배틀 게이지가 적용되지 않아서 여유있는 전투(긴장감은 떨어진다)를 할 수 있지만 반대로 전투 템포가 상당히 느리게 느껴져서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할 듯 싶다. 특히 위 스샷처럼 특수능력이나 마법 사용 시에 줌인하면서 돋보이게 되지만 크리티컬이고 뭐고 그런건 시ㅋ망... 뭐야 이거. 게다가 이팩트는 다 똑같음.

게임의 난이도가 상당히 어렵게 느껴졌는데 보통 리메이크는 쉬워지는거 아니겠어 하고 들이대다가 지뢰 밟았다. 노가다가 그렇게 많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드퀘4의 적당히 헤매다가 쭉쭉 뻗어나가는 진행과는 달리 일부러 레벨을 위해, 혹은 숙련도를 높이기 위해 일정 시간 노가다를 하고 진행해야 했던 부분이 존재했다.

전투 부분부분의 높낮이가 일정하지가 않은 점도 난이도 상승에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이 적은 이렇게 저렇게 잡을 수도 있는게 아니라 이 적은 이런 직업들의 이런 기술로 잡는 건 엄청 쉬운데 다른 방법으론 피가 토할 만큼 어렵다던가 싶은 부분이 난이도가 높다고 느껴졌던 모양이다.

잡 체인지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깊을수록 게임은 쉬워지고 원하는 캐릭터의 육성을 보면서 재미있어지지 않을까 싶다.

음악은 상당히 적재적소라는 느낌이라 위화감이 없고 게임과 잘 어울렸으며, 특히 최종보스전 음악은 일부러 패미컴의 비트를 넣은건가 싶은 좋은 리메이크로 귀가 즐겁게 전투에 임할수 있었다. 다만 음성은 전혀 없다.

필드맵에선 상단 스크린에 필드지도를 띄워줘서 상당히 편리하고, 몇몇 이벤트에선 위 아래를 나름 이용하기도 하지만 전투화면이나 던전에선 시커먼 화면으로 유저의 공포를 자극하는 느낌이다. 즉 크게 이용되는 부분은 없음. 터치펜 이용도 가능하게 해놓은 점도 아무도 쓰진 않겠지만 배려의 한 부분.

캐릭터들은 살짝쿵 개성이란 걸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그게 부각되는 경우는 거의 없고 그게 또 이 게임 스토리를 말하는 중심이다. 캐릭터들 각각의 이야기가 살아있기 보다는 세계의 위기를 구한다는 요구에 따라 전체적인 줄기만을 따라 여기저기 모험만을 하는데 스토리가 그쳐서 참으로 평범하고 어떤 면에선 극적(개연성이 없음)이라 감정 이입하기가 쉽지 않았다.

패미컴을 즐겼던 유저라면 옛 추억과 비교하면서 패미컴 에뮬을 꺼내서 다시 하긴 너무 불편한 부분들을 제거하고 추억을 다시 한번 재밌게 즐길 수도 있겠지만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가 아닌 하나의 RPG로 봤을땐 꽤 복잡한 잡 체인지를 중심으로 둔 꽤 할만한 RPG 이상의 평가를 하긴 힘들 것 같다.

세이브 포인트도 중단 세이브가 있다곤 하지만 눈에 띄일 정도로 적어서 필드 세이브 빼곤 없다고 해도 괜찮을 정도로 적고 그래서 극악의 최종보스 던전 입장해서 최종 보스 가기전 어둠의 크리스탈 중간보스한테 허무하게 죽었어가지고 평가를 낮게 하는 건 아닙니다. 아니구요.

이게 무슨 브레스 오브 파이어5도 아니고 좀 세이브 포인트 구경 좀 하자... 게임을 굉장히 오래 잡고 있던 것도 아닌데 그런 기분이 들게 했던 참 오묘한 게임. 그만큼 좀 실망했던 걸까요; 개인적으론 FF5, 6 을 더 추천하고 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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