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츠리뷰]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4 도서

당신이 한국에는 전설의 고향 말고는 이렇다할 호러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제목 :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4
출판 : 황금가지
지은이 : 이종호 외 9명

 요새 돈도 없이 시간이 나면 서점을 들락날락 하는 개인적인 입장으로 유독 주목하는 시리즈가 있다면 세계 문학에서는 '민음사 세계 문학 전집' 그리고 스릴러, 호러에서는 단연코 황금가지의 '밀리언셀러 클럽'이 있겠다. 세계 문학에 비해서 스릴러, 호러는 도움을 주는 누군가가 없다면 수작을 추려내 읽기가 쉽지가 않은데, 마찬가지 입장이였던 나도 한동안은 손에 짚히는대로 유명한 작가들을 제목, 표지 혹은 타인의 평가에 따라 읽고는 했는데 독서의 결과물이 취향에 따르자면 분명 실패보다는 성공이 많았지만 전체적인 효율로 봤을때 성공이라고 하기는 좀 문제가 있었다. 

 그러다 밀리언셀러 클럽의 데니스 루헤인의 '살인자들의 섬', 다카노 가즈아키의 '13계단' 등의 수작을 연이어 접하면서 시리즈에 호감을 가졌고, 책을 계속 구입해가면서 신뢰를 더해갔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 작품은 전혀 보이질 않아서 안타까움이 남아있던 차에 김종일의 '몸'을 필두로 한국편 밀리언셀러 클럽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기쁨과 의미를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 이야기 할 책이 바로 한국편 밀리언셀러 클럽의 14번째, 그리고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의 4번째 편인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4'. 게다가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시리즈 중에 표지도 단연코 귀엽다! (?)

덤으로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다른 형제들. 좌측부터 장남, 차남, 삼남.

총 10명의 작가와 10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있다. [] 안에는 스포일러를 포함한 감상이 적혀있어요. 읽고싶으신 분은 드래그를 해주세요.

첫 출근 - 장은호

 배경은 그다지 멀지 않은 근미래로 시골 출신의 도시에 대해선 무지한 주인공이 취직을 하여 첫 출근을 하게 되는 떨림과 설렘을 그린 본격 회사에서 연애하는 한국 드라마...

..일리 없고 출근해보니 기대하던 회사 생활은 커녕 좁고 어두운 방에 철제 책상과 전화기만 딸랑 있는 사무실에 도착하여 얼굴도 보지 못한 상사와 인터폰으로 이야기를 해보니, 한윤수라는 이름 대신 K34324 로 불리며 전화를 받아 거기에서 시키는대로 또 다른 곳에 전화를 하여 지령을 전달하는 단순한 일을 하게 된다. 그러나 간단한 지령이 있는가 하면 누군가의 뇌를 냉동실에 넣으라던가 내일 처형이라는 사실을 전한다던가 하는 무거운 지령도 있는데...

[인터폰과 전화로만 이야기를 하며 상대방과의 의사소통의 중요성은 계속해서 적어지고 그 와중에 수많은 지령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사람들. 자신이 생각해서 행동할 여지는 계속해서 줄어들고 결국은 그게 선인지 악인지 구분도 하지 못할 정도로 수동적이 되어가는 모습. 처음엔 지령에 의문을 가지고 동창을 만나면 구해주려던 한윤수 역시 마지막엔 지령에 몸을 맡겨버린다.]

도둑놈의 갈고리 - 김종일

산행 동아리에서 '도둑놈의 갈고리가 붙었네요'라면서 말을 붙여오는 관음증 환자라는 뜻의 피핑톰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멋진 남성과 만나 행복한 연애를 하던 고은진은 그의 전 여자에게 피핑톰이 순 악질 바람둥이라는 사실을 듣고 그와 헤어진다. 그러나 되려 헤어지자는 얘기를 들은 그는 놀랄 정도로 적의를 보이는데... 반년이 지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시작한 그녀. 하지만 자신을 바라보는 주변 사람들의 눈빛이 심상치 않은 껄끄러움을 담고 있는 것을 느낀다. 

[초반에 미인임에도 불구하고 싸이에 흔한 사진 한장 안 올릴 정도로 민감하던 주인공은 결국 몰카의 유포라는 가장 끔찍한 형태로 공포를 느끼는데 남자에게 피핑톰이란 닉네임을 주고 고디바 초콜렛 이야기로 복선을 깔아놓은게 상당히 흥미로웠다. 하지만 결말마저 현실적이라 좀 안타까운 것이 밀리언셀러 클럽 1편인 '몸'처럼 까진 아니여도 남자에게 조금 더 비현실적인 죽음을 줬으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플루토의 후예 - 이종호

스카이 라운지에서 흠뻑 분위기를 내는 사흘 후 결혼을 앞둔 영서와 나. 가족을 한꺼번에 잃어버리고 20여년을 혼자 지내온 나에게 가족의 의미는 커다랗고, 아무에게도 한 적 없는 가족의 이야기를 영서에게 시작한다. 어릴 적 낡고 음침한 이사한 집에선 날이 저물면 수십마리의 고양이 울음 소리가 들리고 가족들은 무척 신경질적이 된다. 그리고 집 뒤에 있던 사당에서 까만 고양이에게 플루토라는 이름을 붙이고 먹이를 주기 시작한다.

[국내에도 몇몇 존재하는 귀신들린 폐가와 불길한 동물로 이야기 되는 검은 고양이와의 합작같은 느낌. 으스스한 분위기 자체는 상당히 좋지만 이렇다 할 공포 포인트가 어딘지 개인적으로는 갈피를 잡기 조금 힘들었다. 그러나 마지막에 '너도 언젠가는 새끼를 낳겠지?' 와 영서의 뱃속에서 자라는 아이의 암시는 좋았다. 근데 고양이가 새끼를 그렇게 많이 낳는 동물인가 하면 쥐쪽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사실 정작 원한은 쥐가 가졌다던지 싶은 생각도 든다;]

폭주 - 황태환

운석 낙하로 인해 여덟 시간 후 지구 상의 모든 생명체가 멸종하게 된다는 뉴스가 흐르고 아파트에서 내다보니 정체불명의 학생들이 쇠파이프와 망치로 닥치는 대로 살인을 저지르고 있다. 그리고 다음에 그들이 어느 차에서 끌어낸 사람은..

[지구가 멸망한다는 가정 하에 벌어질만한 일들로 학생들이 무차별 살인을 저지르고, 동네 사람이 자살을 하는 등 한국 내의 혼란을 그렸다. 불한당들이 모친을 죽이면서 복수를 하려는 주인공의 모습을 중심으로 결국 복수는 실패하고 잡혀서 험한 꼴을 당하려는 찰나에 운석 충돌이 상쇄되어 멸망 취 투더 소. 하지만 안심한 동네 아저씨가 와서 라이터를 켜면서 다시 한번 반전되는 블랙 유머스러운 엔딩이 좋았다. 사실 불한당들의 살인 행각도 그렇지만 멸망 시에 벌어졌을 다양한 상황이 더 쓰여졌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불귀 - 우명희

죽기 직전 남편이 남긴 부탁대로 7년 동안이나 철전지 원수로 떨어져 살아온 편찮은 시어머니의 수발을 들러 시골로 내려가는 나. 결혼 때부터 나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아 유산 시키려 대청마루에서 밀어 떨어트리고, 고생해서 낳은 솔이를 불법 입양소에 맡겼던 시어머니는 여전히 신경질적이고 동네 주민들은 시어머니 집 사람이라는 걸 알자마자 쉬쉬하며 다들 피한다. 죽기 직전이라던 시어머니는 여전히 죽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고부 관계란 과연 어떤 것일지 남자인 나는 이해하기가 정말 쉽지 않지만 이 작품의 분위기를 읽지 못하는 것이 굳히 그 뿐만은 아닐 것 같다. 마을 사람들이 시어머니네 집을 쉬쉬하며 피하는 건 원래 그 집안 며느리는 따로 있고 시어머니는 씨받이로 들어와 아들을 낳아서 자리를 꽤찼다. 때문에 원래 며느리가 반쯤 미쳐서 사라진 후에 마을에 애들이 살지를 못한다고 하는데 본 며느리가 분노해서 머슴 살이하던 시어머니를 괴롭혀서 시어머니가 며느리가 이유없이 미워하는 것까진 이해하겠다. 허나 본 며느리가 아들 임신 못했다고 매질 당하고 맞아죽었다는 암시가 나오는데 양갓집 규수가 임신 못했단 이유로 맞아죽는 게 타당성이 있는 건가하는 의문이 든다. 그리고 이 집에 또 다른 할머니가 등장한다는 게 바로 이 본 며느리 할머니인것 같은데 정작 죽지 않으면서 주인공 며느리를 괴롭히는 건 시어머니고 그 시어머니를 제정신이 아닌채로 살해하는건 주인공 며느리고 묘한 모습으로 살아나서 괴롭히는 건 시어머니고 막상 대미를 장식하는건 솔이가 미쳐서 곰세마리 노래를 부르며 집을 떠나지 않는데... 아니 내가 간략히 적고도 무슨 얘긴지 갈피가 안 잡힌다. 이것이 바로 이 소설의 공포...는 아닐터고 내 이해력이 부족한걸까 싶기도 하고, 다만 항상 아이가 공포의 중심으로 나오는 작품들은 내게 하지원 주연의 '폰' 영화 이후로 이유없는 공포심을 준다.]

도축장에서 일하는 남자 - 유선형

오늘도 술에 잔뜩 취해 집에 돌아온 남자는 어제 구타한 피멍 자국이 분명한 모습으로 천장에 빈 줄이 드리워져 있는 아내의 모습을 보고 잠깐이나마 두려웠던 마음에 분노해서 달려들다가 정신을 잃고 잠들어버린다. 깨어난 곳은 정체불명의 방. 작업 유니폼을 입고 나가보니 이곳은 정체불명의 도축장으로 살균을 하는 4호실에서 일주일 동안 일하고, 도체를 분할하는 3호실로 옮겨 일주일동안 일하는 방식으로 1호실까지 이동한다는 사실을 듣고 다혈질은 남자는 탈출을 결심하는데, 이곳은 무엇일까?

[술만 마시면 개가 되는 주인공이 마누라한테 죽은 줄도 모르고 간 곳은 바로 도축장인데 여기서 다루는 건 당연히 사람 고기라는 귀결이였으나 사실 고기의 정체는 바로 본인의 사체, 였고 위에선 그 사체로 요리를 해먹으면 그 사체의 주인은 승천인지 소멸을 하고 고기 먹는 걸 막으면 영원히 도축장에서 사체를 썰며 의미도 없이 연명해야 하는데 이 작품의 재미는 후반까지 주인공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그리고 이 도축장이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과정에 있었지 결말은 생각보다 좀 부족한 느낌이였다.]

더블 - 최민호

비 오는 날 출근 하다가 그 뒷모습을 본 나는 무척이나 익숙한 그 모습에 두려움을 느낀다. 요새는 더블이라는 것이 무척 드물다는 사실을 알지만 불안하여 남자친구한테 전화하여 더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자 그럴리 없다며 안심시키는데, 화장실에서는 나와 똑같은 목소리가 들리고, 마주치기 전에 도망친다.

[32년 전 지구상에서 원인불명의 자기폭팔이 발생하여 지구가 3초간 정지했었고 그 사이에 본인과 완전히 똑같은 기억과 세포를 지닌 더블이라는 존재들이 생겨났다. 완전히 똑같아 누가 누굴 죽여도 누가 더블인지 알 수도 없고 본인조차 증명을 할 수 없고 그 위험성을 느끼는 것도 본인뿐. 간단히 말하자면 현대판 도플갱어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결국 독자들 역시 마지막에 죽은 이가 더블인지 혹은 주인공인지 알수 없다... 그래도 차이점은 없지만.]

배심원 - 김유라

끔찍한 집안 환경, 그리고 소심한 성격 탓에 자살을 생각하는 지연은 한 채팅 사이트에 가입된 자신의 프로필에 6.19에 학교 옥상에서 자살 할 거라는 자기 소개를 남겨놓는다. 하지만 집안 환경은 오해였음이 밝혀지고 학교 생활은 생각보다 잘 풀리면서 자살 생각은 사라지지만 인터넷에선 진짜 자살을 하냐 안하냐는 둥 하루에도 쪽지가 수십개씩 날아오는데..

[배심원에서는 전혀 환상적이거나 비현실적인 요소가 등장하지 않고, 지금 현재에도 있을 법한 일이기에 소름끼치는 작품이다. 흔히 말하는 마녀사냥으로써,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이야기. 전체적으로 조금쯤은 비현실적인 공포 요소가 드러나도 좋았을 법 하다.

행복한 우리 집에 어서오세요 - 권정은

어느 날, 행복한 가정의 표본인 집에 아빠가 손에 상처를 입고 돌아오고, TV에서는 외출을 삼가하라는 경계령이 떨어진다. 밖에선 사람들이 서로 물어뜯으며 아비규환을 연출하고 아빠마저 이상 증세를 보인다.

[한국판 좀비물. 정확히는 죽은 사람이 살아나서 움직이는게 아니니 좀비는 아니라고 본편에서도 말하고 있지만 큰 범주안에서 좀비물이라고 볼 수 있다. 좀비 바이러스가 퍼지고 행복했던 가정과 악화되는 현실을 교차시켜서 보여주면서 상황의 끔찍함을 부각시키는데 결과적으로 가족은 나름대로 서로에 대한 애정을 끝까지 지니고 있었고 죽는 이유는 어쩔수 없는 좀비화 탓이니 그다지 끔찍하진 않았다. 차라리 흔한 결말이긴 하지만 서로 가족에 대한 불신과 인간의 악한 본성 같은게 드러나는 분위기였으면 더 씁쓸한 뒷맛이 남는 작품이 됬을지도 모른다.]

배수관은 알고 있다 - 전권우

아내와 딸을 뉴질랜드로 유학 보내고 기러기 생활 중인 나는 허름한 아파트로 이사를 온 첫날, 화장실 배수관에서 남자가 여자를 때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점점 심해지는 폭행의 소리가 밤마다 들려오던 중 어느날 자신의 기억에서 하루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닫는데...

[처음엔 배수관으로 들려오는 사건이 중심으로 끔찍한 사건에 휘말리지 않을까 하는 예상을 하지만 하루의 기억이 사라진 사실이 밝혀지고 후반에 가면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하는 주인공이 중심에 서있다. 이 작품의 묘미는 후반에 트렁크를 열면서 당연히 아내와 딸의 토막 시체가 있을까 하는 심리 표현인데 시체는 없고 잡다한 물건만 남아 오히려 혼자 남은 고독한 느낌을 들게 했다.]

개인적으로 단편을 참 좋아한다. 작품의 템포가 빠를수밖에 없고, 이야기의 기승전결이 간단해 읽고 이해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이번 작품들이 단편으로써 다 완성도가 높냐고 물으면 아마 난 자신있게 대답은 못하겠지만 재미있냐는 말에는 자신있게 대답 해줄 수 있다. 작지만 이런 의미있는 이야기들이 벌써 4권째라는 사실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그것도 특정 장르인 공포만! 솔직히 말하면 단편집 같은 경우는 굳히 사서 읽자는 마음을 먹기가 쉽지가 않은데 이 자리를 빌어 이런 괜찮은 책을 읽게 해줄 기회를 가지게 해준 렛츠리뷰에게 감사를 표한다. 감사합니다 ^.^ 뿌잉뿌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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